딸 아이가 일본에 유학을 가서 알바를 구하려고 면접을 갔는데,
면접관의 첫마디가
"나쓰메소세키를 알아요?" 하고 물었다고 한다.
딸아이는 얼른 지갑에서 천엔짜리를 끄내 흔들며
"이사람이 나쓰메소세키 인건 알고 있습니다.
당신들이 사랑하는 대표적인 일본 작가 아닙니까?"
덕분에 딸애는 일본에서 알바자리를 구했다고 한다.
나쓰메소세키.
일본 사람들이 가와바타야스나리 이후 가장 사랑하는 국민작가가 아닐까 생각 해본다.
일본의 세익스피어라는 칭호가 붙을 정도로 유명하며, 우리나라 대학에서도 일본문학을
다룰때 나쓰메소세키의 작품이 빠질 때가 없으며 나역시 대학에서 동서양근대문학을 배울 때
나쓰메소세키의 "그 후"를 접했던 적이 있다.
나쓰메소세키의 "마음"은 아사히 신문에 연재 된 소설로서 1914년대 작품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1914년 쓰여진 작품이란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작가의 이름이 없었다면 현대작이라도 해도 무방할 정도로 세월의 추이를 가늠할 수
없는 세련된 문장과 구성, 전혀 올드 해보이지 않는 인물들의 의식구조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이 작품은 화자인 "나" 와 "나"가 존경하는 "선생님" 사이의 이야기로
" 가엾은 선생님은 가까이 다가오는 사람에게,
자신은 가까이 할 가치가 없는 사람이니 그만두라고 경고했던 것이다.
타인과 친숙해지기를 거부하는 선생님은 타인을 경멸하기 전에
먼저 자신을 경멸했던것 같다"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는 사람.
사랑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는 사람.
그러면서 자신의 품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두팔 벌려 껴안을 수 없는 사람.
선생님은 그런 사람이었다.
위의 글은 선생님이란 사람의 성격을 규정 짓는 키워드가 아닐까?
나쓰메소세키 작품에 자주 나오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보면,
대체로 중산층의 지식인으로 정작 사회에는 적응하지 못하는 룸펜 스타일이
나오는데, 여기서 "선생님"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
물론 그렇게 되기 까지의 선생님의 과거가 치명적인 이유였고,
그 과정에서 겪는 인간의 모순 된 의식과 행동. 이기적인 사고가
이작품의 모티브 인 셈이다.
"숙부에게 속았을 당시 내마음은 타인에 대한 불신으로 가득했네.
그러면서도 나 자신만은 정직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지.
세상이야 어찌 되었든 나만은 훌륭한 인간이라는 믿음이 마음속 어딘가에 있었던 걸세.
그 믿음이 K의 일로 맥없이 무너져버리면서 나 역시 숙부와 똑같은 부류의 인간임을
깨닫고 나니, 갑자기 정신을 차릴수가 없었네.
타인을 불신했던 나는 이제 자신까지 불신하게 되어 아무것도 할수 없게 되었네."
결국 고통에서 해결책을 찾지 못한 선생님은 자살을 하게된다.
우리의 마음이란것이 이렇다.
굳건한 의지와 믿음 이란것이 있기나 한것일까?
한 순간 무너지는 제방처럼 알 수 없는 마음이란 녀석을 단단히 부여잡고
정신줄을 놓지 않고 사는 수 밖에 별 도리가 없지 않을까....책을 읽으며 생각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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